사람을 초대하는 취미

by 권눈썹

사람을 초대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순간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2살에 체코 프라하를 여행했는데, 처음 들른 게스트하우스 프론트에 어떤 직원이 있었다. 특별히 친절하지도 유달리 불친절하지도 않게, 지극히 평범했던 그녀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내 또래여서 그랬는지 프라하 경치에 취했던 건지 나긋한 모습으로 숙박객을 맞이하는 장면은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하면서 방 한 칸은 사랑방으로 꾸몄다.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꽤 오래 했다는 회사동료를 주말에 불러 합주를 하기도 했다. 애인과 헤어지고 우는 친구에게 된장국을 끓여주고 머릿속으로는 때때로 딴 생각을 했지만, 친구들을 초대해서 술 마시고 차 마시고 하며 소소한 추억들이 쌓였다. 내친김에 당시 집이 있던 역의 이름을 따서 ‘새절 레지던시’라고 부르며 예술인, 백수 및 한량들의 아지트라고 내걸기도 했다.


나는 낯을 가리는 편이라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먼저 놀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새절 레지던시 응접실


직장을 그만두고 제일 하고 싶었던 것도 작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재미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예술인 레지던시에 입주했는데, 계획보다 일찍 나오게 되어 친구들의 작업실을 전전하며 떠돌이 신세로 1년 정도를 보내고, 2020년 겨울에 현재 작업실 (aka.퍼플문)을 구하게 되었다.


퍼플문에서 제일 많이 하는 것은 역시 친구들과 술 마시고 차 마시는 일이고, 타 지역에 사는 친구들이 부산에 오면 자고가는 게스트하우스가 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공연장의 역할도 하고있다. 5월부터 시작해 매 달 진행하는 ‘언박싱’은 뮤지션들의 매력을 택배 열어보듯이 풀어보는 공연이다. 퍼플문 거실에 15명 이내의 관객을 초대해서 소규모로 진행한다.


첫 스타트를 끊었던 뮤지션은 클래식, 국악, 뉴 에이지 등 다양한 장르의 피아노 연주 및 작곡을 하는 희진, 남해와 서울을 오가며 음악과 기획을 하는 꼬막과 나. 총 세 사람이었다. 올해 초에 꼬막이가 사람들에게 자기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고, 희진도 솔로공연을 종종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났다. 나도 공연을 많이 하면서 음악적인 색깔을 다듬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셋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언박싱 대망의 첫공연


처음부터 작업실에서 공연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공연장을 이곳저곳 알아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곳 중에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곳 대관료가 30만원이었다. 세 명이서 나누어 내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그 외에 입장료를 얼마로 할지, 장비는 어떻게 할지, 등 실질적인 것들을 고민하다보니 ‘굳이 이렇게 많은 부담을 가지고 공연을 해야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우리 셋이 공연장을 채우려면 홍보하느라 힘이 다 빠질 것 같았다. 우리는 각자 관객 다섯 명 씩, 총 열 다섯명 정도만 초대하자는 생각으로 퍼플문에서 아주 작은 공연을 열어보기로 했다.


회의를 하면서 희진이 ‘언박싱’이라는 이름을 지었고, 나는 포스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홍보했다. 희진과 꼬막은 평소에 퍼플문을 자주 방문하는 이른바 vip 멤버라고 할 수 있는데, 덕분에 동선, 공간구성 등을 뚝딱뚝딱 하며 첫 회차부터 훌륭한 퀄리티의 공연을 올리게 되었다. 첫 회의 성공에 힘입어 평소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하나, 둘 초대하게 되었다.


5월 언박싱 공연이 궁금하다면 ?

https://youtu.be/YexOS6M9f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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