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이 무슨 맨날 돈 얘기만 하나싶게 '돈 많이 벌고 싶다' 말하고 다녔지만, 마음 한켠엔 '과연 뮤지션이 돈 많이 버는 욕망을 가져도 괜찮은 걸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읽게된 책이 바로 <예술가는 절대로 굶어죽지 않는다-제프 고인스>이다. 이렇게 자신만만한 제목이라면 내용에서 핵심을 찌르거나, 노골적으로 얄팍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가 가졌던 편견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예술가들이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은 미신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존경하는 뮤지션들은 모두 자기 재능을 펼치고,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잘 먹고 잘산다. 매 장마다 굶어죽는 예술가와 잘 나가는 예술가의 차이점에 대해서 한 줄로 설명하며 화두를 던진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연결'에 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미켈란젤로가 당시 거장이었던 도메니코 기를란다요를 스승으로 모신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당시는 도제식 교육이 이루어진 때이다. 월급은 차치하고 돈을 주고 제자로 들어가는 분위기었는데, 그는 스승에게 당당히 월급을 요구했다. 제자가 된 후 미켈란젤로는 스승의 손발이 되어 무슨 일이든 했다. 기를란다요는 미켈란젤로의 당당함을 높게 샀다. 이후 그를 궁정에 추천하게 되며 미켈란젤로의 커리어가 수직상승하게 되었다. 본인의 실력을 믿고 최고의 스승을 찾고, 배움을 위해 뭐든 다 하리라는 마음가짐을 가진 덕에 미켈란젤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실력을 늘 의심하고,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해도 '내가 수준 미달이라 거절할 것 같다'라고 지레 겁먹는 나와 가장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나는 사실 내 작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음악을 들려주었을때 공감하고, 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나의 재능은 증명된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에게 닿지 못했을 뿐이다.
보통 '예술가'라고 하면 방에서 혼자 고뇌하는 장면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창작은 팀 활동이다'라고 한다. 비욘세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은 여러 사람이 붙어 작곡을 하고, 안무를 만들고, 의상 컨셉을 정한다. 예술가는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모아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티스트가 무대에 있는 모습, 작품에서 드러나는 모습만 기억하지만 실제로 그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빛나는 기술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혼자 작업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확장해나갈 수가 없다. 협력을 하면 좋은 게 아니라, 협력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나는 얼마나 고정관념이 많은 사람인지 에휴. 음악과 기획을 함께 한다는 것이 뭔가 진정한? 멋있는? 뮤지션이 아닌 것만 같아. 나는 어중이 떠중이 밖에 안되는 건가 알쏭달쏭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금 하던대로 쭉... 하자.. 어차피 이게 내 사는 방식 아닌가..내가 잘 못하는 분야는 잘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자.
'창작하는 모든 사람은 아직 자신을 모르는 관중에게 능력을 보증해줄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힘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투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사람을 편하게 해주자. 후원자를 찾아내 자신의 작품이 투자받을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자.'
'예술가와 후원자. 가수와 제작자가 한 팀을 이룬다. 한 명에게는 재능이 있고 다른 한 명은 지지자가 된다. (중략) 우리가 때로 간과하는 사실은 후원자 역시 예술가를 필요로한다는 사실이다'
이 세 구절도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을 수 있으려면 내가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야 할 것이고, 멋드러진 포장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 모습을 보며 내가 다듬어졌을때 모습도 상상할 수 있는 감각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책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공격적으로(?) 음악 자영업자로서 열심히 굴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금요일에 평소 만나고 싶었던 프로듀서의 강의를 들으러 가게 되었는데, 내 매력을 알아볼수 있는 분 이실지 궁금하다. 작업물을 가지고 가 반듯하게 인사드리려고 한다. (좋은 소식이 생기면 이 곳에도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