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부치는 일

by 권눈썹

혼자보는 일기를 제외하면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마음의 안테나를 상대쪽으로 향하는 일이다. 소설가가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쓰지는 않지만, 읽는사람은 자기에게 하는 이야기 같다고 생각한다. 음악도 마찬가지, 내가 정해놓은 대상이 아니지만 청자는 음악을 자기마음처럼 듣는다. 그래서 나는 음악작업을 할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이 된다.


음악 외에도 내가 하는 일들은 다 편지쓰는 일 같다. 출근하면 누구에게 제일 먼저 말을 걸까 생각한다. 수요일 편지의 첫 수신자는 다음주에 있는 공연을 찾을 관객이었다. SNS에 홍보글을 업로드 하기전에 이 행사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하고싶은 말을 구구절절 적었다. 두번째 수신자는 음악 커뮤니티 <메마뮤 친구친구>를 신청한 멤버들였다. 첫 시간을 앞두고 음악작업을 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뮤지션으로서 어떤 로망이 있는지를 묻는 글을 썼다. 편지들은 형태만 조금씩 바꾸어 주인을 찾아갔다.


전부터 편지쓰는 걸 좋아했다. 상대에게 고마운 점, 내가 찾은 그의 아름다운 면을 편지에 고백하며 상대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편지를 쓰면서 행복을 많이 느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부치지 못했다


애틋했던 편지의 겉은 상대를 향한 것 같지만, 속을 열어보면 당신을 아끼는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말로 촘촘히 채워져있었다. 편지를 끝맺고 다시 읽으면 그 마음이 노골적으로 보여서 전할수 없었다. 부치지 못한 편지들을 이제라도 전하고 싶어 음악을 하고 기획을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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