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과를 마치고 책상에 앉았다. 오늘은 <메마뮤 친구친구> 첫 모임이었다.
'음악 만들기 맛을 알아버렸거나, 심각하게 좋아하는 사람'을 참여대상으로 상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원하며 신청하신지는 만나기 전까진 알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까지 진행했던 자작곡 커뮤니티는 음악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을 만났다. 내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딱 그 정도 밖에 없었다. 이후에 음반도 내고, 공연도 많아지며 뮤지션으로서 활동범위가 넓어졌지만 여전히 음악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 그 이상 어떤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전에 자작곡 모임에 참여했던 멤버들 덕분이다. 음악 만들기가 재미있다는 건 알았는데, 혼자서는 또 작업을 하지 않게 된다며 후속 모임을 원하시는 분이 많았다. 그분들에게 A/S의 차원으로 프로그램을 열기로 했다. 실제 신청하신 분들은 이전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작업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프로그램 시작 두 시간 전까지도 발표 자료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했다. 닥치면 잘 해낼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첫 시간은 어쩔수 없이 긴장되고, 조심스러운 법이다.
내가 긴장을 해서 그런지, 다른 분들도 어색해서 그런지. 낯선 곳에 온 것처럼 공기가 떨렸다. 한편 고맙고 기뻤다. 유명인도 아니고,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나를 보고. 간판도 제대로 없는 여기를 버스타고 환승하고 또 걸어서 찾아와 주셨다 생각하니. 힘을 내야지. 여기 매일 출근하는 내가 처음온 분들보다 서둘러 용기를 내야지.
멤버들이 부르는 자기의 노래, 그리고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각기 다른 목표들을 듣다보니 점점 힘이 났다. 모두들 고민하고 있구나. 다른 분들보다 늦게 작업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채워가겠다는 말. 일하는 와중 시간을 쪼개서 음반을 내고 싶다는 말. 나의 스타일로 목소리로 곡을 끝까지 불러보고 싶다는 말. 그 말들 속에 여유가 느껴졌다. 자신을 기다려주고 할 수 있는만큼만 하겠다는 말이, 해내고야 말겠다는 식의 자신만만한 말보다 더 힘있게 다가왔다.
솔직히 음악을 안해도 우리가 굶어죽지도 않고, 잘먹고 잘 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짬을 내서 음악을 하는 사치스러운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 어떤 시간이 펼쳐질까. 오늘 열심히 반복한 말 만큼.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거야 그대가 지켜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