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대비... 레코딩 계획구상..

by 권눈썹

겨울동안 음반작업을 계획하고 있어 녹음 전략을 짜기위해 홈레코딩 강의를 듣고 왔다.


수업 서두에 강사님은 홈레코딩과 상업음반의 차이는 어디서 나온다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나는 녹음의 환경이나 장비가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하셨다. 레코딩에서 중요한 것은 작업하는 곡의 뚜렷한 청사진을 갖는 것이고, 원하는 사운드를 녹음하기에 적절한 장비(저렴해도 나에게 잘 맞는 장비가 있다) 룸튜닝,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어 본인이 녹음했던 재즈팀의 사례를 알려주셨다. 재즈는 본래 순간의 감정과 즉흥연주가 특징인 장르이지만, 이 팀은 그 중에서도 특별했다. 그들은 스튜디오에 도착해 곧바로 녹음을 하지 않고 한 시간 정도 악보리딩도 하고 잼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준비가 되었을때 녹음을 시작했고, 원테이크로 끝내고 부스를 떠났다.


한 페스티벌에 참여한 여러 뮤지션이 같은 기간에 동일한 녹음실을 사용했던 사례도 말씀하셨다. 국적에 따라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팀은 분리된 부스에 들어가서 녹음을 한 반면, 외국팀은 부스 한 개에 모두가 들어가서 했다. 팀 전체가 한 공간에서 녹음을 하면 개별 악기 에디팅이 되지 않는다. 한국팀은 에디팅을 고려해 부스를 나누어 들어간 것인데, 외국팀은 멤버들 간 호흡이 중요하다 생각해 한 공간을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한 부스에서 녹음을 한 경우, 다이나믹에서 큰 장점이 있었다. 실수가 조금 있더라도 에너지 면에서 훨씬 유리했다.


앞의 사례들과 비교해 나의 녹음 경험은 너무 달랐다. 많이 힘들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할때 음정이 나갈까봐 박자가 나갈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녹음이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모르고 5시간 예약을 해버려서 3시간을 내리 노래하고, 다시 2시간 연달아 기타녹음을 했다. (보통은 하루에 3시간 이상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고 한다.)장비가 좋았으니 소스의 품질은 좋았지만, 목소리에서 생기가 하나도 없었다. 결국 소스 대부분을 버리고 집에서 다시 녹음했다.


엔지니어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강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엔지니어는 뮤지션이 좋은 컨디션으로 녹음을 빨리 끝낼 수 있게 하는 사람이라 했다. 어떤 엔지니어는 연주자가 실수했을때 그 부분을 현장에서 수정하며 연주자를 안심시킨다고 했다. 연주자는 실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음악의 느낌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집중할 수 있다. 또 녹음으로 만들 수 없는 사운드는 엔지니어가 아카이브한 샘플과 믹스하여 원하는 소리를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녹음하고 음정이나 박자를 수정해주는 것 뿐 아니라,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사운드를 디자인해주는 이가 엔지니어인 것이다. 엔지니어의 역량에 따라 녹음이 엄청나게 쉬워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홈 레코딩의 팁을 들으러 간 수업이었지만, 수업을 듣고나니 이번 음반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뛰어나고, 나와 잘 맞는 엔지니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강의실을 나와서 터벅터벅 걷는데 함께 수업을 들었던 여자분이 말을 걸었다. 수업시간에 내가 셀프레코딩 하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본인은 어떻게 녹음을 했는지도 알려주고, 요즘 인디씬에서 어떤 지역이 활발하게 움직이는지도 알려주셨다. 음악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고, 어디에서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도 살짝 말해주셨다.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잘하는 사람도 많고. 그래서 갈 수 있는 곳도 많구나 생각했다. 가진 자원 안에서 지혜를 짜내서 겨울엔 꼭 한 곡 뚝딱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편지를 부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