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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11. 2022

비밀이 많은 친구

중학생때 조금 특이한 친구 S가 있었다.

피아노 연주를 잘하고, 성격이 예민해서 입맛이 없다고 밥 대신 과자나 케잌같은 걸 주식으로 먹었다. 놀리면 리액션이 재미있어서 자주 장난을 걸었다. 그 친구는 늘 흥미로운 화제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S가 자주했던 이야기 중 대표적인 것은 아이돌 그룹 멤버 M과 자기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당시 여중생들은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넣어 '00부인' '**여친' 이라고 하는 게 유행했는데, 그 친구는 보통 친구들의 말과 디테일 면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M과 둘이서 스키장을 갔던 이야기, M의 공연을 기다렸다가 함께 데이트 했던 얘기, M이 S를 데리러 부산에 차를 몰고 왔던 이야기.


S는 늘 친한 무리들에게 비밀이라고 하면서 M과 있었던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장소나 상황묘사가 너무 생생했고, 점차 발전되는 둘의 관계를 들으면서 드라마 보듯이 즐겼다.


어떤 친구는 애초에 S의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다른 친구는 처음엔 믿다가 나중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끝까지 믿었다. 그 이야기의 진위를 딱히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교복입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에게는 TV에 나오는 잘생긴 남자와 데이트 하는 이야기가 현실보다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친구와 대화하다 S가 이야기 주제로 나왔고,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내가 아직도 S의 말을 진실로 믿고 있었다니. 그리고 S가 너무 보고싶어졌다.


방학때 S 가끔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오곤 했다. 그녀는 서울에 있는 음반회사와 계약해 피아노 반주 악보를 만드는 알바를 했는데, 악보를 서울에 직접 가져갔다. 악보를 판매하면 받는 수입은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서울에 왔다갔다 교통비를 빼고나면 거의 남는  없었다. 메일로 파일만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김에 서울구경하고 온다고 대답했다.


가끔 우리는 그녀의 손목을 검사했다.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어 밴드로 붙이고 학교에 올때가 많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거친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손목을 그을만큼 힘든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순진하게 생각했다. 학교에서 보는 그 친구는 조금 어둡지만 유쾌했기 때문에 혼자서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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