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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16. 2022

자기 몫의 삶

카카오톡에 새로운 친구가 떴는데 이름이 낯익었다. 누구였더라 하고 프로필 사진을 넘겨보았다. 5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이 사진이 계속 나왔다. 조카나 아들 사진인가보다. 드디어 프로필 주인의 얼굴이 나왔다. 군복을 입고 웃는 모습. 고등학생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다. 이어서 임신한 배를 팔로 안고있는 사진이 나오고, 결혼사진도 나왔다.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던 것까진 기억을 하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완전히 끊어져서 결혼이나 아기소식도 몰랐다.


대학진학시기가 되어 어떤 학과에 진학할지 한참 고민할때 그 친구는 고민없이 육사를 갈거라고 했다. 그녀는 TV에 나오지 않는 뮤지션들이나 예술영화도 많이 알았고, 해외여행도 많이 다녔다. 친구가 추천하는 음악과 영화를 듣고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던 나는 그 친구와 군인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왜 육사를 가려고 하니 물으니 자기에게는 그런 직업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10대의 나이에 필요에 의해 학과를 선택한다는 게 생소하다고 느꼈다. 친구는 집도 잘 사는 편이었고, 부모님도 엄한 편이 아니어서 환경 때문보다는 자신의 심리적 상태에 비추어 필요가 있나보다 짐작했다. 그 친구라면 PR회사라든가... 해외영업이라든가... 그런 늘 새로운 것을 접하는 일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한 그 친구가 너무 확실하게 이야기해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짐작했다.


마지막으로 본게 10년도 더 되었으니 이제 친구도 어른 티가 많이 났다. 그 친구는 사진찍을때 시그니쳐 표정이 있었다. 평상시에 망가지는 걸 신경쓰지 않고 춤도 추고 선생님들 성대모사도 하면서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꼭 사진을 찍을때면 눈과 입을 따로 싹 당기면서 주름살 없이 팽팽하게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예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친구가 그렸던 자신의 미래 모습이 이런 것이었을까? 그 친구가 어떻게 살아왔을지 상상하며 사진을 끝까지 보았다. 40장 정도 넘기니 혼자 찍은 사진이 나왔고, 마지막은 친구 셋과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 나왔다. 최근 사진은 풍성해보인다면 예전 사진은 가벼워보였다.


자유로운 성정의 친구가 군대문화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일 잘하고 가정도 이루고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몫의 삶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그 친구의 어떤 면이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삶의 길 중에 어디로 가면 될지 본인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나보다.


순간순간 힘들때도 있었을거고,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을텐데 지나와 사진으로 친구의 모습을 보니 예전 모습이든 지금 모습이든 둘 다 좋아보였다. 선택의 순간마다 지금 잘못하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고민을 하지만 살아온 인생이 자신을 증명한다. 어떤 선택이든 잘못된 것은 없는 것 같다. 내 몫의 삶을 나는 잘 가꾸고 있을까? 매일매일 느끼는대로 살아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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