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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19. 2022

뮤지션이 직접 만든 공연

공연을 마치니 예산과 홍보기간이 이번의 두 배는 되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홍보기간은 그렇다치고 예산은 정해져있는데 내가 욕심부려 행사 사이즈를 키웠으니 누굴 원망하랴. 이렇게 대인원이 참가하는 공연은 처음 만들어봐서 리허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스탭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감이 없었다. 그리고 행사운영스탭이 리허설 시작부터 와서 분위기를 함께 봤으면 좋았을텐데, 예산에 맞게 인건비를 책정하다보니 리허설이 끝나고 난 후에야 부르게 되었다. 음향세팅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현장의 상황이 달랐다.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에서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출연진들은 대기실에서 수다를 떨며 많이 친해졌다. '언박싱 몇기냐?' 물으면서 줄세우는 웃기는 장난도 오갔다. 한 친구는 나를 통해서 온 사람들이라 서로 결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는데 감사하고 쑥스러웠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하는 사람을 리스펙하는 친구들이 모였으니 당연히 분위기가 좋았을 거다. 처음 본 사이라도 서로 알아가고 싶고, 존중할 수 있다는 신뢰가 있었던 것 같다. 


'뮤지션이 만드는 공연'이라는 기치에 맞게 출연진은 물론, 스탭까지 어제 모인 이들 대부분이 뮤지션이었다. 처음 행사를 의뢰받고 예시로 받은 예산서에는 각 파트별로 스탭, 진행자, 감독 인건비가 따로 책정되어 있었는데 <수영가요대전>은 진행도, 음향체크도, 메이크업도 전부 출연진들이 했다. 콜라보 공연이나 관객과 함께하는 특별코너도 뮤지션들이 직접 기획한 것들이었다. 각자 역할만 달랐지 그곳에 있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연이었다. 모두 자기 역할을 너무 즐겁게, 프로답게 해주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호스트로서 내가 게스트들의 컨디션을 살폈어야하는데 게스트들이 나를 더 챙겨주었다. 노래하고 싶었을텐데 스탭으로만 참여해서 아쉽겠다고 말하고, 리허설 스케쥴이 지체되어 불만을 제기할 법도 한데 나를 더 걱정해주었다. 나는 무대에서 리허설 체크하며 씨름하며 쌓였던 게 터지면서 몇 사람들에게 짜증을 부렸다. 편한 사람들에게 특히 그랬다.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토닥이는 말을 들을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마음도 함께 숙여져야하는데 반대로 콧대가 올라갔다. 짜증부리면 당연하게 들어줄거라고 생각하고 상대방 마음을 생각하기 전에 툭 터뜨려버렸다. 어제 실수하고 오늘은 전화로 사과했다. 


책임감이 생기는 것.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에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주관해서 이루어진 행사였지만 너무 내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마음이 부대낀다. 주변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버리고 내가 잘해서 다 잘됐다고 착각하게 될까봐 걱정된다. 공연이 끝났으니 이제 당분간 입을 잠그고 열심히 작업하는 일개미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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