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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23. 2022

인도 여행기_판단을 천천히 내리고 싶다

2019년 3월 20일 인도 5일째, Varanasi


오늘도 바라나시. 


잠자리가 편치 않았는지 번잡한 꿈을 꿨던 것 같다. 새벽부터 잠이 깨서 일찍 밖을 나갔다. 어제 갔던 길은 찾지 못했지만 밝은 쪽으로 걷다보니 강가가 나왔다. 

어제는 오후 4시쯤부터 강가에 있었는데 그 때는 관광객이나 호객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오늘 이른 아침시간에는 거기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주황색 천으로 모자를 만들어 쓴 사두, 빨래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 보트투어 가이드하는 사람들. 여기도 이렇게 조용할때가 있나 싶었다. 귀를 왕왕 울리는 소리가 없으니 발리우드영화에 나올 것 같은 댄스음악들이 들린다. 발리우드 음악씨디 사고싶은데 어딜가야하지? 신나는 가락이 들리자 어께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는데 사람들한테 주목받을까봐 자제했다. 주목받았다가는 또 어제처럼 호구잡혀서 뜯기기 십상이다. 오늘은 좀 혼자있었으면 좋겠다.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별 것 안하고 쉬고 싶다. 그리고 커피를 마셔야겠다.

바라나시에서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어렵다. 우선 여자보다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고, 주는대로 아무거나 먹지 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게 꺼려졌고, 극도로 조심을 하고 있다. 여행을 마칠 즈음에는 어떤 행동을 할때 주저함이 적어졌으면 좋겠다. 


결정을 언제나 명쾌하고 빠르게 내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몇일 지냈다고 이 동네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여긴 정말이지 독특하다. 그래서 내 느낌을 얼른 요약해서 공개적인 장소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그래서 4년만에 글을 올리는 것 같군요) 그러나 처음 온 사람들이 느끼는 감상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일단 기록해본다.


*오토바이, 툭툭을 타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 이 동네 온갖 사람들이 다 나와있는 느낌이다. 다들 어디로 가는걸까?

*나는 여기 사진을 찍고. 이 동네 사람들은 나랑 사진찍겠다고 한다. 둘의 생각에 큰 차이가 있을까?

* 엄마들이 제일 안전하게 느껴진다. 사기치는 사람은 초조해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오토바이. 콜카타에선 배려를 위한 경적이라고 확실히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익숙한 듯 정신없다. 조용하고 매연이 적은 곳을 찾느라 한시간 걸려 걸어서 힌두대학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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