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27일_인도 13일째_Delhi
바라나시와 아그라에서 소음과 무례함과 자연스러운 불결함 때문에 지쳤다. 식당 앞에는 쓰레기가 쌓여있고, 어두운 골목길에는 개들이 누워자고, 소가 지나가고, 개똥인지 소똥인지 사람똥인지가 온 바닥에 굴러다녔다. 그 와중에 길에서 음식도 파는데 어메이징 인디아에 이골이 났다.
땀을 많이 흘리고 돌아온 옷에서는 인도향신료 특유의 냄새가 났다. 일부러 돈쓰며 시간쓰며 여기까지 왔는데 왜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하루하루 가는 게 아까워야 하는데 얼른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머무는 여행자 거리에는 커피맛마저 엉망이었다. 빨리 대도시에 가서 스타벅스를 가고 싶었다. 평상시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성있는 공간을 좋아했는데. 매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지는 이 곳에서는 익숙하고, 깔끔하고, 정형화된 그 공간이 눈물나게 그리웠다.
열 한시가 넘어서 델리에 도착했다. 캘커타, 바라나시, 아그라를 거쳐 만난 델리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깔끔했다. 미국으로 비유하면 뉴욕 같았다. 아니, 기억 속 뉴욕보다 좀 더 깨끗하고 은은한 나무 향까지 났다. 이번에는 올드시티 말고, 부촌에 숙소를 잡았다. 세련된 것을 보고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한국에서는 백화점에 가는 일도 거의 없고, 식당을 골라도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오래된 포차를 선호하는데, 이곳에서는 몸을 사리게 되는 내 모습이 새롭다. 그 와중 콩순이는 한번 인도여행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내가 너무 괴로워해서 본인은 자제하는 것인지, 별로 불평이 없었다.
이전에 묵었던 비용과 비교하면 숙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룸을 예약했다. 한동안 콩순이와 더블베드를 나눠썼는데, 침대가 분리되는 덕분에 그녀와 잘때만이라도 조금 거리를 둘 수 있어서 좋다. 아무리 좋아하는 친구라도 하루종일 붙어있으니 조금 힘들긴 하다. 이곳은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시설은 깔끔하고 아침도 깔끔한 서양식 토스트가 나와서 좋다.
숙소를 같이 묵는 인도여자친구들이 같이 다니자고 해서 아침에는 함께 세로지니 나가르에 가서 쇼핑을 했다. 친구들과 헤어진 후 하우스 카즈 인근으로 이동했다. 5시에 카우치서핑을 통해 다른 친구를 만나기로했다. 그 부근에서 공원, 가게, 주택들을 구경했다. 델리의 부촌에서는 집 전면을 식물로 가꾸는데, 그 규모가 정말 거창해서 정글에다 집을 심어놓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