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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28. 2022

인도여행기_장례 치르는 값보다 비싼 저녁식사

2019년 3월 28일, 인도 14일째, Delhi

바라나시의 대한-인도인(한국문화와 언어에 밝은) 철수네 보트의 사장 철수는 베테랑 가이드다. 한국 사람들이 바라나시에 많이 방문하다보니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철수와 갠지스강 보트투어를 하며 인도의 장례문화에 대해 배웠다.


갠지스강을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에 인도사람들 대부분이 바라나시에서 죽고 싶어한다. 바라나시에서 장례치르는 비용은 최소 2천 루피부터 2만, 4만 루피까지도 간다. 카스트와 상관없이 돈을 적게 내는 사람은 제대로 화장도 마치지 못하고 장례를 끝낸다. 그래서 장의사들은 장례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나무로 사람들의 뼈를 쳐서 잘게 분리시킨다. 그때는 장례비가 인도서민들에게 상당히 비싼 돈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델리의 물가를 경험하니 고개가 갸웃해졌다.


2천 루피면 바라나시에서 장례를 치르는데, 델리에서는 네명이서 저녁식사를 하면 2천루피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인도에서 한 사람이 중-고급 식당에 가는 돈이면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 같은 나라에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맞는 건지. 바라나시에 사는 이들이 델리에 들러 이런 모습을 보게되면 기분이 어떨까? 아니 살면서 델리에 가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알면 알수록 기가막히는 사실이 많다.


바라나시에 있는 것이 지긋지긋했지만 닷새 머물렀다고 그새 정이 들었는지 고급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바라나시나 콜카타에서 사람들이 길가에서 샤워를 하는 모습을 종종봤었는데, 사람들을 피해 숙소에 들어가서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샤워장 한 칸이 없어 밖에서 씻는데, 잠깐 들를 뿐인 내가 이런 걸 손쉽게 누려도 되는건지.


좌측은 콜카타의 릭샤 우측은 밤늦게 처음 마주한 델리의 릭샤들

바라나시는 인도의 여러도시 가운데 가장 궁금했던 곳이었고, 가장 신비로운 곳일거라 예상했는데 그곳에 실제로 갔을때 느낌은 거대한 관광단지이자 사기꾼이 넘치는 시장터 같았다. 몇 일을 한 곳에 지냈지만 청소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고, 까맣게 어두운 밤에 가로등도 없는데 경찰도 보이지 않았다. 공권력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다.


델리에서 도착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비슷비슷한 모양의 릭샤였다. 이제까지 방문한 도시들은 릭샤마저 운전수 제각각의 개성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델리는 어떤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는구나- 하는 인상이 들었다.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동시에 약간 심란해졌다. 내가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했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다 결국 어느 도시나 비슷한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좀 신물나는 일인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다양한 미감을 놓치고 살았을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인도를 알기에 전혀 긴 시간이 아니겠지만, 이 사람들의 삶에 대해 계속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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