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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Nov 30. 2022

사세확장의 실마리가 보인다!!!?

내가 클럽공연 경험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음악활동하는 모습을 계속 노출하고 있어서 당연히 클럽에서도 공연을 많이할 거라 생각한다.


내가 출연하는 공연은 대부분 내가 직접 기획한 것이고, 그게 아니면 지역행사에 섭외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은 대관하려면 너무 비싸서 함부로 못한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 뮤지션은 클럽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쿠스틱한 장르 특성 때문도 있겠고,  온라인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20대에 처음 밴드했을때는 클럽 사장님에게 오디션보는 문화가 있었고, 클럽 자체기획이 많았다. 지금은 어떻게 클럽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지 몰랐다. 문화가 어떻든, 클럽에 찾아가 음반을 내밀며 공연하고싶다고 말해볼 법도 하다만. 사실 아직 퍼포먼스와 내 색깔에 대해서 미완성이라고 생각해서 그쪽에서 먼저 제안을 주시지 않고서는 내가 먼저 하고싶다고 얘기를 못했다. 매주 클럽에 공연이 열리는데, 그 모든 공연을 클럽이 기획하는 것도 아니고, 뮤지션들 벌이를 빤히 아는데 매번 대관을 하는 것도 아닐것이고. 어떻게 다들 공연을 하는가 항상 궁금했다.


부산 인디씬 핵인싸 언니 J를 알게되어 작업실에 다녀왔다. 언니와 함께 활동하는 레이블 대표B님도 곧 합류했다.


J언니도 B대표님도 정말 독특한 인물들이다. J 언니는 음악을 사랑하고, 인디음악문화를 사랑해서 공연을 기획하고 뮤지션들과 만나는 장을 만드는 사람이다. 뮤지션들이 언니에게 공연을 홍보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나 자기 일처럼 열심히 홍보한다. 그래서 나는 그 공연이 전부 언니가 만드는 공연인줄 알았다. 기획판에는 사기꾼도 많고, 장사꾼도 많아서, 언니처럼 받는 것 없이 열심히 서포트 하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의도가 있는건 아닌가 의심부터 하게 되는데. 언니랑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인디씬에 대한 애정 그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B대표님은 왕성히 활동하는 뮤지션이고, 사업수완이 엄청나다. 인디씬 공연장과 잘 알고 지내고, 오래전부터 활동한 인물부터 최근 활약하는 인물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관심있는 뮤지션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고. 이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아보고. 서로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짓는 역할을 한다.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돈 거래를 잘 성사짓는다. 그 분은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을 상당히 조심했다. 허물없는 친구들 사이에 뒷담화가 오가는 게 술자리인데,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며 매번 돌려 돌려 표현하는 게 조금 얄미울 정도였다. 그런 절제하는 면들이 믿음직했다. 그러다가도 내가 알고싶었던 것을 질문할때 숨김없이 알려주어 좋았다.


두분 다 온몸으로 세월을 겪으며 쌓아온 귀중한 노하우가 많았다. 팀 활동을 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 프로듀서의 역할. 지역 클럽과의 관계. 지역 상인들과 관계에서 일을 만드는 방식 등.  내가 즐겨 취하는 방식인..책이나 동영상 강의 그런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식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해온 방식대로 일하진 못할 것이다. 그 모든게 가능하려면 일단 마당발이 되야하는데, 1차에서 fail이다.. 오히려 서로 부족한 점을 도우면서 제휴관계로 여러 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장기와 어떻게 합칠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나와 생각이 비슷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원하는 곳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사람들.


나는 슈퍼 I 라 한번 안면을 튼 사람이라도 다음에 만나면 나를 못알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먼저 아는체를 잘 안하는 편인데. B대표님은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는체를 한다고 했다. ㅇ0ㅇ!! 두분 말씀을 들어보니 요즘은 클럽과 친분이 있고, 어느정도 실력이 검증된 뮤지션들이 공연을 기획해서 클럽과 논의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티켓 수익은 뮤지션과 클럽이 나누고, 클럽은 관객들이 방문함으로서 매출을 만들고. B대표님은 내가 기획하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클럽과 연결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너무 원했던 것인데 그 말 하나에 다 이루어졌다. B 대표님은 클럽과 연계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공연을 하는 게 더 신기하다고 했다.


내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 후에 대표님과 언니도 나에게 궁금했던 것을 다 물어봤다. 내가 하는 것들은 공문서에 다 나와있고,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어 별 노하우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들에게는 꽤 도움이 되는 힌트였던 것 같다.


이제까지 먹고살기 위해 음악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야금야금 해왔던 것인데 그것들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나도 나대로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우며 내년에 뭔가 여러가지 일을 같이 해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잘 못하는 것들을 잘하는 분들을 알게되어 신난다. 앞으로 재미있는 기획 좋은 음악을 할 생각만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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