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눈썹 Dec 01. 2022

욕망의 전차를 멈추어라!

 뮤지션K 전화왔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1 2시간 기타레슨하고 회당 6만원 받는 일거리가 있다고 했다. 나는 ' 괜찮네 K 하면 되겠네' 얘기했는데, 본인은 하지않고 나에게 넘겨주려고 했단다. 시급 3만원이면 최저임금을 고려할때 나쁘진 않은데, 문제는 '10개월'이라는 기간이었다.  1회라도 묶여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못견디게  싫다는 것이다. 본인은 음악작업에 모든 정신을 쏟고싶은데, 사람을 만나서 독려하고 수업준비를 해가는데 나가는 에너지가 시급 3만원보다  크다고.


나는 매일 기타를 치긴 하지만, 연주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갖기 부담스러워서 못하겠다고 했다. 물론 가르치는 것은 다른 영역이긴 하겠지만 기타 연주 자체에  흥미가 있는사람이 아니니 수업준비도 재미가 없을  같았다. 나는 그렇다치고 K 기타 연주를 잘하고, 강의실도  근처라 해봐도 좋을  같아 살살 꼬셨다. "작업실 월세 비싸서 부담스럽다면서~ 그냥 해보지 그래~" 그런데  마음이 생기지 않는 눈치였다. 전화를 끊고 피아노를 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급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5 사무직 일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직장다닐때 어떻게 그랬나 싶게 정말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살아야하나 회의감이 들고 괴로웠다. 사실 그런 일을 하고싶지 않아 이번엔 겨울이 찾아오자마자 급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누가 보기엔 "그냥 5 동안 가만 앉아서 일하면 월급 나오는데  안하는거야?"하고 물을수도 있겠다. 그런데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모른다. 어떤 사람은 매달 새로운 돈벌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의 상황을 안타까이 여길수도 있다. 나도 수입이 안정적이면 좋겠지. 그렇지만  하나를 위해서 자유로운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다. 매일 스트레스 받으며 월급으로 술마시며 탕진해버리겠지. ㅜㅜ 내일 면접가는 학교는 2주동안 수업하고, 매일 3시간씩이라 단기간에 바짝   있다는  맘에 들었다.


과거에는 기업에서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학교에서 일하려고 준비해보니 공무원조직에서는 여전히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평소에 내가 하는 일들은 다 흩어져있어 경력증명서를 뗄 수 있는 곳이 없다. 나의 실력은 서류와 상관없이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어가고 있다.

K는 음악생활을 한지 오래되어 이미 이런 상황에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 기준이 분명했다. 불안을 견디는 맷집도 세겠지. 나에게도 이런 조언을 해줬다. '하기싫은 일 하지마. 차라리 하루 굶는 게 나아.' 진짜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내 작품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사람이 되어야지. 지금 당장 몇 십만원으로 마음이 흔들릴 필요가 없다. 돈을 많이 벌었을때 내가 가장 하고 싶은것도 - 작업을 편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여행다니는 것- 단 두개다. 이미 잘하고 있는데, 조급해하지 말자. 하기 싫은 건 하지말자. 시간을 확보하고 마음이 편한게 제일이다. 불안해지면 잘하는 일로 다시 돈 벌 구상을 하면 되지.

매거진의 이전글 사세확장의 실마리가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