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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Dec 02. 2022

나를 사랑할만한 사람은 누구나 나를 사랑한다

며칠 전 피곤에 절여진 몸으로 집에 가서 9시쯤 누웠다. 최근 일주일 간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긴장하며 보낸 시간이 많았다. 너무 피곤했지만 마음이 예민해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전에는 잠이 안오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호들갑이었는데, 이제는 어느정도 노하우가 생겼다.


평소에는 자기전에 유튜브로 텐션이 낮은데 툭툭 던지는 말이 재미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본다. 침-펄-풍 3인방과 주우재를 요즘 제일 좋아한다. 낮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아서 그냥 잠들기엔 뭔가 아쉽다. 유튜브를 보면서 낄낄대대가 눈이 저절로 감길때 핸드폰을 끄고 잔다. 마사지볼 하다가 곯아떨어지는 것도 좋다.


그날도 평소처럼 마사지볼도 하고, 명상을 한 시간 정도 했다. 늦어도 11시엔 자고 싶었는데 이미 11시 20분이 넘어갔다. 상상을 하다가 잠이 들면 재미있는 꿈을 꾸니까~ 우주에 있는 상상도 하고, 숲속에 있는 상상도 해봤지만 그날은 효과가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피곤한 상태로 일기도 짧게 썼다. 침-펄-풍도 그날의 나에겐 너무 자극적이고 시끄럽게 느껴져서 팟캐스트도 틀어보고, 이리저리 애를 쓰다가 12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아 넷플릭스를 켰다. <너에게로 가는길>다큐멘터리를 봤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놀아야겠다 생각하고. 그때부턴 시계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다큐멘터리가 끝나갈 즈음 눈이 감겼다.


불면증은 평생친구다. 아침 8시 수영에 가야해서 늘 일찍자려고 노력하는데 쉽지가 않다. 나는 애초에 불안이 많은 타입의 사람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고, 내일 해도 될 생각을 앞당겨서 한다.뭐든지 실수없이 하고싶어하는데, 그러기엔 빈틈이 너무 많다.


메마뮤 친구친구 4회차 주제는 <음악에 어울리는 멋내기>였다. 우리는 소리로만 음악을 듣지 않고, 이미지로도 느낀다. 다양한 감각으로 영감을 받아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 그것이 표현될 때에도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한다. 좋은 스타일링은 음악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자기 이미지에 어울리는 뮤지션을 스스로 꼽아보고, 멤버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현재 프로필 사진은 스텔라장과 김사월의 이미지를 참고했다. 장난스럽고 상큼한 스텔라 장. 레트로하고, 차분한 이미지 속에 여성미가 느껴지는 김사월.


일년동안 새로운 곡도 써보고, 공연도 하면서 나에게 다른 색채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그게 어떤 건지 감을 못잡고 있었다. 어제 멤버들이 꼽아준 사람은 'Lizzo'였다. Lizzo는 섹시함의 기준을 새롭게 만드는 여성 뮤지션이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그대로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준다. Lizzo를 좋아했지만 나와 연관지어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전형적인 미인상 혹은 섹시스타의 외모를 갖지 않았고, 시크하지도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 Lizzo와 권눈썹을 나란히 두고 보니 그럴싸했다. 댄스를 좋아한다는 점도 같았다. 내가 춤을 잘추진 못하지만 열정이 가득한데, Lizzo의 무브정도는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벌써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외에도 생물학적인 진화과정에서 '눈썹'의 역할에 대해 해준 친구들의 코멘트도 정말 감동적이었다(이건 음악과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세부내용은 아직 비밀!!)


내가 알아보지 못한 나의 매력포인트를 캐치해주어 기분이 새로왔다. 사람들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하는 일은 언제나 긴장되고 마치면 늘 지치는데, 어제는 그간의 고민이 옅어져 반대로 피곤이 풀렸다. 우리가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집중하며 각자 정보를 쌓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고마웠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별처럼 여기저기 퍼져있는. 다른 사람들의 해석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취약하지만 또 사람에게서 힘을 가장 많이 받는다. 어제는 걱정없이 쿨쿨잤다. 난 Lizzo니까 괜찮아. 내가 헛점투성이라는 걸 주변 사람들은 다 알지만 상관없이 내 옆에 있는다. 몇 번 실수가 있더라도 내가 잘하는 것이 못하는 것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굳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내가 잘못해도 사랑할만한 사람은 모두 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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