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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눈썹 Jan 17. 2023

열심히 하는데 왜 나아지지 않을까?

유튜브 운영에 대한 생각

내가 삶에 충실하지 않았던 시절은 없다. 그런데 왜..

노력하는 만큼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을까?


마음에 늘 가지고 있는 고민이었다.


올해 유튜브를 많이 해야지 마음먹었다. 연습도 하고, 홍보효과도 보고~ 사람들 간에 조율하지 않아도 혼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넌내꿈씨에게 신나는 마음으로 결심을 공유했는데 시원하게 찬물을 끼얹었다.


"과연 지금처럼 노래만 부르는 영상이 메리트가 있을까? 먹방이나 자극적이거나 재미있는 게 인기가 있지. 음악위주로 하는 거면 사운드클라우드가 더 맞지 않을까?"


이미 2주에 1회 목요일에 올려야지 날짜까지 정하며 나름 결연하게 마음먹고 있던터라 강력히 저항했다.


"그렇지만... 유튜브는 낙서하듯 노는 공간이야...날짜 정해놓으면 데드라인 맞춰 미디 시퀀싱 연습, 노래 연습도 하니 얼마나 좋아? 그리고 공연관계자들도 명함처럼 영상을 체크한다고~"


거기에 넌내꿈씨 왈


"그러면 이제까지 명함에 낙서해서 보내준거네~?? 깔깔깔깔깔깔깔....(페이드 아웃)"


저 얄미운 웃음소리! 그래도 말은 맞다. 고집피울 일이 아니었다. 얼짱 각도 잡아 촬영하고, 몇 시간 편집해 올려도 노력한 만큼의 보람이 별로 없다. 기존 구독자 중에 일부, 정말 나를 좋아하는 몇 명만 볼 뿐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먹방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유튜브 구독자를 늘리고 싶은 게 아니라, 온라인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었다. 내 목표는 결국 구독자 늘리는 게 아니라, 공연에 찾아주고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통해 인기가 많아진 뮤지션들도 있다. 썹짜르트 유튜브는 스텔라장이나 미노이를 유튜브 운영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 스텔라장은 샹송을 올리고, 미노이는 독특한 정신세계가 돋보이는 편집으로 인기를 끈다. 나와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그 둘은 원래 팬층이 두터운데 유튜브를 하며 인기에 가속도가 붙은 사례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1분 내외의 커버곡 부르는 모습을 보고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아주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도 아니고, 원곡자보다 더 매력적으로 부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들은 무명가수인 내 이름을 검색하지 않는다. 커버곡들도 내가 좋아서 부르는 것이지, 대중적으로 아주 유명한 곡들이 아니기에 일부러 찾아보는 사람이 많이 없다. 그러니까 올리는 것은 자유라도, 사람들이 많이 볼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왜 이제까지 유튜브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유튜브 영상 만드는 것은 재미있다. 공연에서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영상매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책상 앞에 앉은 채 하와이에 있는 것처럼 꾸밀 수 있고, 공연장에서 부르지 않는 곡을 부르고, 춤도 추고... 썹짜르트 유튜브는 포장해서 말하면 실험실, 솔직히 말하면 낙서장이었다. 화살표가 보는 사람을 향해있지는 않았다. 나중에 유명해진다면 팬분들의 사랑이 더 깊어지는데 지금 컨텐츠들이 역할을 할거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급한 일들이 있다.


만들어놓은 곡을 예쁘게 포장해서 내놓아야하고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연주실력을 정돈해야 하고
음악을 잘 보여줄 비쥬얼을 고민해야한다.


낙서장만으로 귀여움 떨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튜브가 명함이라면, 퀄리티 있는 영상도 몇 개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내가 하고싶은 것만 골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나는 언제나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산다. 운동하고, 책 읽고, 피아노치고, 글쓰고, 사업구상하고 등등...

10시 출근, 7시 퇴근한지가 일년은 더 되었는데 왜 여전히 인지도가 크지 않고, 벌이도 크게 오르지 않는가. 급히 개선해야하는 것들을 외면하고 편한 것, 하고싶은 것만 열심히 했다. 부족한 점이 개선되면 다른 시장으로 갈 수 있는데. 해결방법을 모르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 나중으로 미루고 싶었다. 먼저 할 일을 미루고 남는 시간에는 다른 것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사실 이게 패턴인 것 같다. 불안함을 잊기 위해 긴 시간 일하고, 기진맥진한 저녁이 되면 '수고했어 오늘도~'하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다.

열심히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르는 것은 배우며 메꾸어 나가야 한다. 혼자 할수 없는 일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하.. 피로한 눈을 비비며 스스로 위안했던 지난날들이여...ㅠㅠ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방어기제들을 껴안고 살아왔을까. 아찔하다.


앞으론 우선순위에 따라 급한 걸 먼저 할 것이다. 열심히 하려는 습관이 발동될 때.. '이거 지금 열심히해서 좋을 일인가?' 생각해보고 아니라면 과감히 내려놓으려 한다. 어떤 일을 하다가 지루해지면 꾹 참지말고, 재미있는 만큼만 하자. 반드시 그래야하는 날이 아니라면 피로해지기 전에 퇴근하자. 그렇게 에너지를 아껴놓으면 엄두가 안나서 밀어놓은 일을 할 힘이 생길 것이다.


신선한 에너지는 즐거운 마음, 집중하는 힘에서 온다. 냉장고 신선칸 채소처럼 싱싱하게 살자! 열심히 하지맛!!!!!!


그래도.. 유튜브 놀러오세요


https://youtube.com/@knoonss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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