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노을이 질 때쯤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강아지도 반드시 데리고 나간다.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시간. 시시각각 하늘의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한가롭게 거닐고 있자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잔잔한 안도감이 흘러나온다.
종일 앉아서 일하는 날이 많다 보니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몸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까지 굳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굳은 머리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내 것이 아닌 말들을 한없이 늘어놓고, 그 말을 들은 마음은 하염없이 흔들린다. 어느새 영혼은 저 깊이 가라앉는다.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루 중에서 나답게 사는 순간이 얼마나 되는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시간은 영혼을 쉬게 한다. 말이나 글, 그림, 음악 등을 창작하는 사람은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영혼이 가득 안고 있는 에너지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형태로 바꾸어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이다. 작품은 단순한 물리적 매개체밖에 되지 않는다.
대가의 작품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조차도 그 안에 담긴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머리로 이해되는가, 마음에 가 닿는가, 영혼에 스며드는가는 얼마나 맑은 상태로 작품을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고요한 자리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나의 일부를 조각내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