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스해서 겨울이 맞나, 싶지만 몸은 환절기를 예민하게 느낀다. 손발도 차갑고 몸이 굳어서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씻을 기운도 없이 쓰러져 잠드는 계절이다.
본가에서 보내주신 생강청으로 뜨겁고 쌉쌀한 라떼 한 잔을 마시고서는 보약 같은 깊은 잠을 잤다. 바쁜 시즌일수록 건강을 챙기라는 가족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생각. 엄마. 생각. 박스에 적힌 문구를 한참 바라보았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일까, 엄마가 날 생각하는 마음일까. 그도 아니면 엄마처럼 생각해주는 누군가의 마음일까.
겨울은 공부와 연구에만 전념하자고, 작년부터 결심했다. 추운 날씨에 나들이를 많이 했다가는 앓아 눕는 날이 더 길다. 겨울잠 자듯, 도토리를 모으듯, 새순을 준비하듯 조용히 지내려 한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아지는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정원사가 아닌 앵무새가, 존재가 아닌 기능이 되어 버린다.
어제 김만수 멘토 코치님께 코칭을 받으며, 내가 박사를 하고 전문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평생 공부하고 깨닫고 성장하기 위해서' 임을 알게 되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여러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 전세계를 다니며 뛰어난 영적 지도자들을 만나는 모습, 유명한 교육을 몸으로 직접 배우는 모습, 철학을 체험하는 모습, 그렇게 깨달은 걸 빨리 교육 프로그램에 녹이고 싶어서 밤잠을 아껴가며 연구하는 모습, 카네기 리더십 스쿨 같은 나만의 교육을 만들어 최고의 리더 분들이 마치 초등학생처럼 신나고 자유롭게 대화하고 학습하도록 돕는 모습,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후세대 코치들에게도 현장의 기회를 주는 모습,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일평생 코치로 살아온 후배들이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걸 지켜보는 모습, 내가 쓴 책과 연구 결과물, 상패 등으로 서재 한켠이 가득 채워진 모습, 그러나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나의 고요한 모습... 백발의 나.
흔히들 말하는 비전은 숫자, 돈, 목표치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비전은 말 그대로 VISION, 현실인 듯 생생히 그려지는 미래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진정 인생을 바쳐 이루고 싶은 비전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찾도록 돕는 사람, 스스로가 먼저 자유로이 비전을 그리는 사람, 자연스럽게 성취하는 사람이 바로 마스터 코치다.
괴테는 <시와 진실> 제4부에서 우리가 소망하는 것은 자기 안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며 자기가 장래에 성취할 수 있는 것의 전조라고 말했다.
절대 이루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 꿈은 꾸는 사람은 없다.
감기 걱정 없이 건강하게 지내며 올겨울도 많은 새순과 도토리와 꿈들을 모아야지. 실록, 논어, 갤럽 강점진단, 리더십, 문제해결력, 소통력, 비전 공감, 세종식 경연, 회의법...
언제나 사표이자 롤모델이 되어 주시는 논어등반학교 이한우 교장선생님과 세종국가경영연구원 박현모 교수님께 깊이 감사 드리며, 한 걸음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