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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22. 2022

오래 살면서





오래 살아서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기적 같은 일 인지를 사람들은 모른다

오래 살아서

먼저 간 특별한 사람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늙는 건 쓸쓸한 일이다

추하게 늙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지경이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손발 움직이고 올바른 정신이 있을 때까지만 이라도 정갈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나이 들어 어찌 빛날 수가 있으랴만 추려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게 겁이 나는 건 지나친 우려 일는지도 모른다

허황된 욕망 일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욕심ᆢ


뽀득뽀득 얼굴이라도 닦고

머리 가지런히 빗고

옷매무새 정갈하게 다듬고

곧은 걸음으로 길 나서기를 소망한다


사람들이 비켜가고

풍경들이 비켜가고

햇살마저 비켜가 버리면

슬프다

어차피 그늘도 아닌

그림자가 되어버리는 간이역 막차 손님인 것을


괜한 걱정 말고 고요하자

욕심 내려놓고

흘러가는 대로 가자

닿는 곳이 어딜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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