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가서 꽃은 피고 지고 물은 길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은 오고 가며 세월에 스며든다
대명포구를 지나서 초지대교를 건너 선두리, 함허동천, 정수사 오르는 동막해수욕장을 끼고 해안 도로를 타고 가면 외포리 그 길은 참으로 온화하고 고즈넉하다 돌아 돌아 더 가다 보면 창후리 서해 최북단 교동도 가는 선착장이다 지금은 다리가 놓아져 섬과 뭍을 잇는 육로가 생기고 말았지만 괭이갈매기의 고향 아니더냐
동검도 앞을 지나갈 때면 검은 뻘을 본다 들고나는 물길들이 고랑을 만들고 긴 역사가 깃들어 있다 강화도 해변길에는 돈대가 많다 외침에 이긴 적이 별로 없는 슬픈 역사가 서려있다
강화도가 조용했던 시절에는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좋은 곳이었다 해안과 뻘과 사찰과 내륙의 고요함과 포구의 정취가 고요했다 지금은 유원지화 됐고 행락객으로 넘쳐나 소란할 뿐이다 소음이 심한 뭍이 됐다
해안에서 밀려오는 바람 소리와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가득했던 섬 수백 번 들락거려도 물리지 않던 고요함의 절정 강화도 상춘객에 밀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 도떼기 섬으로 전락했다
선두리 산등성이에 먼저 간 어부 친구가 장봉도 쪽을 바라보여 누워 있다 그 밑으로 작은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새우젓 배를 타고 나가서 고기 잡던 시절이 우리에겐 호우시절 이었다 그때가 강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