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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08. 2022

회     상





나는 나를 주관적으로 잘 모른다

객관적으로 볼 때 비로소 희미하게 내가 보인다

내가 모르는 나를

남들이 볼 때는 뚜렷하게 보이는 법이다


요즘은 늘 몸이 물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바람을 거슬러 갈 때면 늘 석양은 산 봉우리에 걸려 있는 듯했다

떠나고, 떠나고, 떠나기, 떠날 때마다 낮게 낮게 흐르길 원했다


내게 와 준 사람을 차례차례 회상한다

억겁의 인연으로 왔다가 억겁의 인연으로 떠난 사람들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수만리 우주에 헤어져 산다

그들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이 모든 인연은 은혜로운 일인데


광장시장 박가네 빈대떡집에 앉아 탁주 한 사발 놓고

길손이 되어 본들 흐를 수 있겠는가

스밀 수 있겠는가

봄 가뭄에 불이 붙는다

가슴이 말라 타 들어가도 물길은 내리지 않는다

봄은 그래도 거침없이 피어난다


경칩이 지났다

들길이 푸른빛을 머금는다

겨우내 들여놓은 화초들 이제 베란다로 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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