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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pr 14. 2022

양  순  네





래미안 1단지 상가

늘봄 부동산 양순 엄마는 가출 왕이다

봄만 되면 집을 나갔다가

들고나간 돈이 다 떨어지는 가을쯤이면 다시 되돌아 온다

지난 봄에는 딸 양순이까지 꼬셔가지고 나갔다가 가을에 다시 돌아왔다

주인아저씨는 또 예전처럼

눈텡이가 밤탱이 되도록 줘 팼지만 언제 그랬냐는 둥 또 알콩달콩 별 일없이 산다

이삼 년에 한 번씩 이런 가출 행사가 주기적으로 벌어진다


신랑 범식 씨는 교통경찰 출신이다

옛날 싸이카 모는 교통경찰을 꽤 오래 했다는데 잘 나갈 때는 일 년에 집 한 채씩 살 정도의 돈을 삥땅 해서 거금을 마련했다고 했다

결국 오랜 비리로 잘리고 나서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잘 나갈 때는 아파트를 십 여채까지 보유할 정도로 돈을 잘 벌었다

그 덕에 매일 룸살롱을 다니며 비싼 양주를 먹었다

그런데 술만 먹으면 마누라 패는 주사가 있어서 양순네는 뭇매질에 못 견뎌하며 주기적으로 가출하곤 해 왔다

한번 나갈 때는 큰 거 한건 한 부동산 계약금 가지고 날랐다

우리 집도 두어 번 사고팔아 복비깨나 챙겼다


세월이 흘러

화려했던 이들도 나이 들고 늙었다

어느 날 손녀를 데리고 동네 체육공원을 지나가는 양순네를 우연히 봤는데 할머니가 다 됐다

신랑 범식 씨는 당뇨 합병증으로 수년 전에 먼 길을 떠났다는 소문을 주변에서 얼핏 들었다


요즘 양순네 집 나갈 구실 없어서 심심하시겠다


소싯적에 내 부서에서 데리고 있던 그 집 장남 재덕이는 착하기는 한데

마누라를 자주 패서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여자를 얻어 살고 있다고 한다

근데 개네 집도 마누라가 틈만 나면 가출했다나 뭐라나

집안 내력이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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