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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04. 2022

보리 익는 계절





바람결 따라 보리가 익는다

보리 내음이 구수하다

보리밭 속으로 숨으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연인들의 밀애 장소이기도 했다

내게는 숨바꼭질 장소였으나


보리고추장이 익으면

보리밥에 열무김치 넣고 양푼에 써억 써억 비벼서

들기름 한 숟가락 떨구면

구수하고 고소하고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이젠 보리밭 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잘 먹고 잘 사니 보리쌀은 전문점에서나 간혹 대할 수 있는 곡식이 됐다


입 안에서 와글와글 겉돌던 보리밥을 나는 먹질 못했다

어렵던 시절 사촌들은 그 밥을 오봉으로 먹고도 입 맛을 다셨다


청산도에나 가면 보려나

바람결에 날리는 보리밭의 향연을


보리가 익어가듯

사람들도 익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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