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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26. 2022

처량포를 아는가





당신은 처량포를 기억하는가

바람 부는 날 새처럼 밀려 날아온 비행기가 간신히 내려앉아서 추락을 면하고

콧물감기에 걸려 훌쩍거리며 멋쩍게 웃던 그날을


함께 죽으러 처량포에 갔다가

소주 두병에 선지 해장국으로 몸 풀고

다시 살겠다고 몸을 포개던 새벽 두 시의 열락은 오래된 방처럼 비밀로만 남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동해의 비바람 속에 우산이 뒤집어지고 등으로 걷던 길손들의 강릉 터미널은

믹스 커피처럼 섞어찌개가 되고 말았다

처량해서 고운 시절 인연이다


사람이 죽기가 힘들다는 걸 그때 알았다

죽지 못해서 코끼리와 개코원숭이와 나무늘보를 만날 수 있었다

깜깜한 밤 맹그로브 숲 반딧불이도 볼 수 있었다


처량포에서 처량 맞게 방파제를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다만 서로 미안해서  둘 바를 몰랐다

그렇게 이렇게 시간은 처량하게 늙어가고 마는구나


당신은 그 처량포를 기억하는가

가 본 적이라도 있는가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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