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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24. 2022

새 의  죽 음



오랜만에 비의 냄새를 맡는다

일부러 고무 샌들을 신고 길을 나섰다

찰박찰박 빗물이 발가락들을 적셨다

강풍에 우산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지만 비를 피하느라 손목에 힘을 주며 걸었다


도서관 입구에는 아직도 열감지 기계가 온도를 체크하고 있었다

36.0도가 스크린에 찍혀 나왔다

도서를 반납하고 새 책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를 새로 빌렸다

멸균기에 책을 소독하고 표지를 세척액으로 깨끗하게 닦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책도 오염원의 일부라고 판단한다


다시 비를 맞으며 타이거 커피숍으로 향한다

핫 아메리카노를 캐리어에 담아 들고 범람하는 천변가로 간다

흙탕물이 천변을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그 많던 잉어 떼들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궁금하다

청둥오리들도ᆢ


비 냄새가 비릿하지만 상쾌하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호사인가

강바닥이 말라 터져 균열이 생기고 그 자리에 천년 고적터가 발굴되는 가뭄 속에도 기꺼이 살아남는 생명체들에게 빗물은 천혜이고 은혜임을 절감한다


폭우가 마른땅을 적시고 그 위를 흘러간다

생명의 젖줄 물ᆢ

말라 타버리는 대지 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폭우는 또 수많은 생명체를 쓸어가 버렸다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ᆢ

하루 1,0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십 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새가 떨어져 죽는다

하늘을 날아야 할 새들이 추락한다

벌들도 집단 폐사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곧 닥쳐올 식량위기

재앙이다


새의 죽음은 두렵다




# '暴雨'라는 글을 기우제에 올리자

오랜 가뭄 끝에 폭우가 쏟아졌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물의 향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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