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Jun 30. 2022

自     殺





죽음도 한번 태어나는 生이라는데

죽을 땐 그냥 죽음이라 부른다

그 生의 마감도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신의 영역인데

生의 전부를 모두 내려놓을 때 과연 홀가분할까

죽어보지 못해서 알 수가 없다


여기저기 訃音의 소리가 들린다

심장이 멎는 소리는

신의 尊命을 거역하는 소리다

인간이 인간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신음소리

아픈 소리다


백수를 다하는 숙제가 녹록지 않아서 비루하게라도 살아가는 자들의 비애 또한 섧다

지친 몸 누이는 자리는 늘 웅덩이처럼 젖어있고

그렇게 문고리 잠그고 떠나는 이승의 새벽은 안개가 자욱하다


생 목숨 내려놓고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들은 또 어디론가 하루살이처럼 떠난다

먼저 간 사람들의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그렇게 살아내려고

또 속절없이 오늘을 간다


살아있는 자들이여

죽는 자들을 비난하지 마라

자신을 버릴 때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그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아무도 그 사정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헌    날  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