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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10. 2022

R 의  청 탁





小暑가 지나자

어제부터 매미가 운다

열대야가 시작되고

여름 장마가 오고

태풍이 몰려오는

바야흐로 여름의 시작이다


畵家 R로부터 그림 청탁이 왔다

누드 자화상 그림 작업이란다

知天命에 드니 몸이 더 늙기 전에 자신의 누드 그림을 남기고 싶단다

하필이면 왜 나를 선택했을까

딴엔 내가 제일 편하다는 말씀이다

내가 그렇게 호구로 보이나

부아가 났다

여하튼 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전에 한번 지인의 부탁으로 누드그림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있다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보니 많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더욱 조심스럽고 미숙했다

간신히 작업을 마쳤지만 쉽지 않았었다


몇 날이 지난 후 R에게  정중히 거절 의사를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내가 너무 소심하다고 답신이 왔다

그림 스타일도 맘에 들고

내가 그려 주는 게 제일 편할 것 같아서 부탁한다며  많이 아쉬워했다

맘이 바뀌면 작업해 달라고 재차 당부한다

일단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오늘도 매미가 운다

합창이 아니라 단독 창이다

여름이 깊어지면 시끄러워 못 살 지경이 될 텐데

아직은 들어줄 만하다

장마가 끝나면 이들의 불타는 합창이 시작되겠지


全裸 유화 30호 사이즈면 작품비는 얼마를 받아야 할까ᆢ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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