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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13. 2022

겨 울 산 의  죽 음





이수역 남성 재래시장 상가빌딩 1층에

누군가가 기증한 듯한 유화 한 점이 걸려 있었다

겨울산 풍경이다


어느 날 1층 화장실에 들리느라 그곳을 지나는데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림 액자 중앙으로 벽걸이용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다

아, 어찌 이럴 수가

그림을 철거하던지 하지

어떻게 그 위에 선풍기를 박아 놓았는가


앞 쪽으로는 약방과 한의원과 정육점이 있는데

이들은 이 처참한 광경을 어떻게 그대로 묵과하는가

작품을 기증한 작가가 보면 기함해 놀라 자빠질 판이다

무식이 도를 넘었다


6층 빌딩을 사용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 지경으로 방치된 것이다


작가의 가슴에 대 못을 박아 놓고도

오고 가는 사람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아, 이 동네는 무식이 도를 넘는구나

무식이 차고도 차고도 넘치는구나


이후로 이 빌딩 화장실은 가지 않는다

복도에 걸린 겨울산의 처참한 살해 광경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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