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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ul 14. 2022

걷    는   다





오늘도 정처 없이 걷는다

태어나서부터 늙어 꼬부라질 때까지 걷는다

바람을 지나가고

터널을 통과하고

대륙을 횡단해서 세상 끝까지 걸어간다


때로는

소리 따라간다

노란 우산 따라간다

자동차 빨간 후미등이 아름다운 저녁

남태령을 넘는다

한강도 건넌다

정처 없이 간다


때로는

사색이 깊은 저녁

길고양이 지나는 길가

애들이 자전거 타는 시끄러운 천변

열심히 자전거 길을 횡단하는 달팽이의 위험한 여정처럼 걷는다


때로는

울어도 시원찮을 화려한 봄날에도

진달래 지고 영산홍이 만발한 옛골을 오르며

걷는다

꽃을 불러 걷는다

여름 한복판을 걷고

가을 속을 걷는다


등판 날갯죽지에 가죽나무 새싹처럼 날개가 핀다

날고 싶

걷지 말고 날고 싶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멀리 날아가고 싶다


그렇게

또 어디론가  걷고 있다

다음 生에는 부디

새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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