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Sep 01. 2022

바      람





바람이 분다

단풍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건조대 빨래가 흔들리고

마음이 바람 껍질처럼 흔들린다

새의 날개도 흔들린다


하늘이 흔들릴 즈음

구름도 흔들린다

사막 매가 추락하고

바람만 제 품에서 굳건하다

바람은 제 몸을 흔들 줄 모른다


저녁 식탁

닭볶음 탕에서 날개가 퍼득거린다

그러자 내 등에서 날개가 솟아났다

그리고 토마토 돼지 앞다리살 스튜에서

돼지가 꿀꿀 울음을 울었다

그리고 밤이 흔들렸다


날아서

바람처럼 벗어나야 안다

흔든 자리마다 흥건한 상처가 얼룩져 있음을


그렇게 바람이 분다

제 가지에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바람이 운다

바람이 조각해 놓은 많은 것들이

제 몸에 흔들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빗방울의 연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