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 밤이 내게 말하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세 권을 서로 번갈아가며 읽는다

강박 아니면 공황이다

멀리 급하게 질주하는 차륜 소리가 들린다

밤이 깊어가고 잠은 오지 않는다

꼬르륵 거리는 밤이 내게 말한다

배 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라

간헐적 단식으로 과체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벌써 3년을 넘어간다

덕분에 70kg을 넘지 않고 그 안쪽 언저리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밤이 주는 고요와 적막과 불면이 어디론가 나를 떠밀고 있다

벼랑 같은 서늘함과

심해 같은 공포와

패러 그라이딩을 하는 섬뜩한 부력으로 밀고 가는 밤의 심령은 그 존재의 주인이다


밤이 내게 말한다

존명 없이 너는 잠들지 못한다

고뇌도 아닌 불면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면

어둠은 소리 소문 없이 제 문을 닫아버린다


동이 터 오면서

책갈피에 선홍빛 꽃이 피어나는 환영을 본다

밤의 꼬리는

낮의 그림자 속으로 슬며시 숨어든다

날밤 샌 아침은 다른 날 아침과 변함이 없다


불면의 밤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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