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떤 生

by 시인 화가 김낙필





봄이 무너져 내리고

여름이 무너지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이 무너져 내리면

겨울이 오겠지요

겨울은 부디 견고하길 소망합니다

겨울마저 무너져 내리면

갈 곳이 없습니다


축대가 무너져 내리는 일

산사태가 나는 일

바다가 범람하는 일

산불이 나는 일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일

모두가 재앙입니다

잊혀진 계절이 지나가고

폭풍의 계절이 오는 일은 무참한 일입니다


무너져 갈 곳을 잃으면

바람이 되고 흙먼지가 되지요

화장터 높은 굴뚝 너머로 영혼이 날아갑니다

태안반도 골짜기 수목장 소나무 등걸에는 푸른 이끼가 돋아 납니다

윤회의 수레바퀴가 덜그럭거리며 돌아갑니다


사람의 生이 번거롭습니다

꽁꽁 언 겨울에도

손톱 발톱 꽃물을 들이려고

이 아침 봉숭아 선홍빛 꽃잎을 땁니다

풍이 몰려와도 꽃잎을 땁니다

태풍의 바람이 세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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