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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Sep 12. 2022

강      릉






당신을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하나요

가련한 듯 아련한 듯 고뿔 탓은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생강차 한잔 지리게 마시고

강릉 가는 막차에 올랐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손을 꼭 쥐어 잡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야행은 어둡고 깊었습니다

내 어깨가 따듯했으면 싶었습니다

당신의 머리에서는 창포향이 났지요

가끔은 그 향기를 기억해  내려고 애씁니다


물치항을 둘러 동해로 가는 날

버스터미널에서 당신을 똑똑히 바라보고 말았습니다

아쉬워도 헤어지는 순서였습니다

손을 안 대도 느낄 수 있던 기억을 거슬러 갑니다


아득했던 추억이 살아나면 몸서리를 칩니다

아름다운 기억을 뒤로하고 강릉에서 상경합니다

내내 바람이 몹시 불어댔습니다


처음 본 순간의 아련함

그리고 결국 앙코르와트에서 만나고 영등포 정류장에서 헤어지고 맙니다


강릉 앞바다에는 그날도 노을이 지고

커다란 파도가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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