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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Sep 18. 2022

묵  정  밭






묵은해 묵정밭에 도라지 꽃이 피었습니다

임대 준 이 밭에서 이장네가 걷어들인 도라지가 열가마니 인데

맛 보라는 인사치레로 한 뿌리도 건네지 않습니다

이듬해 씨 떨어진 묵정밭에 보랏빛 꽃이 만발했습니다


화전 일군 묵정밭에는 심을게 마땅찮으니

저절로 생겨난 고추, 호박, 깻잎, 도라지, 칡순이 지천입니다


돌멩이 옥수수 밭이 龍돼서

화전밭이 되었지만

지심 매는 일이 고돼서 묵은 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나드리 온 서울 양반이 청풍호를 바라보는

이 밭에 욕심을 냈습니다

그리고 그해 도라지 밭은

이층짜리 펜션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지심 매기 힘들어서

도라지 묵정밭을 얼른 팔아버렸지요



# 지심 매다 : 김매다(잡초를 뽑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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