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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Sep 15. 2022

허수아비 요양원






요양원 뒤뜰에는

지금 노란 은행 잎이 지고 있습니다


시절은 꿈이었고

추억은 실타래처럼 묶여

작은 장롱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나의 붉은 앵무새는 날아가고 없습니다

새장보다 넓은 세상도 결코 자유롭지 못합니다

무지개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요


사람의 生이 무료하듯이

세상의 삶이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서리지는 가을 들판에 생명을 다 한  허수아비가 무료합니다

어깨가 결리고 손이 시려 옵니다

옷깃은 북풍에 펄럭입니다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세월이 어찌 갔는지

여기가 어디쯤인지

왜 여기까지 흘러온 것인지 모릅니다


휠체어 바퀴가 점점 헐거워집니다

나의 붓은 시들었고

키보드 103 키 자판은 고장 났습니다

글도 못쓰고

그림도 못 그리는

벌판의 허수아비처럼


서릿발 같은 동토의 땅에

그냥 서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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