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23. 2022

그 남자의 방





그 오래된 방은

엔틱 탁자와 양가죽 소파와

너른 양탄자가 깔려있다

월풀 스파 욕조가 반짝이는 욕실은 내 안방보다 더 크다

최고급 와인과

강이 흐르는 전망이 나를 나른하게 한다

 

부르면 달려가는 마성의 방은 높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열락의 계단처럼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방

첨탑 꼭대기 같다

비 오는 날은 빗줄기 속에 젖고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속에 흔들린다


내 땀 냄새를 좋아하는 그는 어린 남자다

세상은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하는

언제든 부르면 달려가는 나는 본능에만 충실한

불량한 여자다


그 남자는 내 배를 타고 한 시간 동안 노를 저었다

그가

값 비싼 목걸이를

내 목에 걸어 주며 말했다

사랑해ᆢ

가벼운 거짓말에 오늘도 나는 마냥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  래  된   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