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서 슬픈

by 시인 화가 김낙필


슬픈 것들이 강변에 두런두런 모였다

흐름과 멈춤을 반복하던 물길이 성을내며 길들을 밀어냈다

폭풍에 발이 묶인 자객들이

거인의 등뼈를 발라 칼을 만들었고

스산한 봄 기운이 불의 나라에

우박을 뿌렸다

콩나물 시루처럼 인간들의 몸뚱이가 바다에 둥둥 떠 다녔다

신의 옆구리에 박어넣은 칼날이 깊은 음절로

종소리처럼 울었다

그렇게 땅 덩어리는 종이장처럼 가벼웠다

자객은 신의 말을 결코 믿지 않았다

대신 슬픔의 색깔만을 무겁게 여겼다

묵정밭에는 노란 냉이꽃이며

제비꽃이 옹기종기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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