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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Oct 30. 2022

탄 희 에 게






내가 보내는 신호를

너는 분명히 감지하고 있을 거야

내내 침묵을 지키는 이유를 나는 알지

그건 마지막 지키려는 네 자존심 때문임을


탄희야

그런데 너와 내겐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단다

결국 파파 할머니가 된 다음에야 깨달을지도 모르지

이미 빛바랜 사진 속의 우리지만

찬란한 햇살 같던 그때를 기억한단다


아프지는 마라

아프면 슬퍼져

모든 것은 없었던 일처럼 스러져 가는 거니까

조용히 갈무리해야지

서운할 거 없단다


탄희야

내가 보내는 모스 부호를 감지하고 있지?

그래 가을이야

낙엽이 거리를 구르고

공원 벤치의 햇살도 기우는 오후란다


친구 신청 메시지를 보내도

너는 끝끝내 받아주질 않는구나

나도 옛날 같지가 않다

마치 첫걸음을 떼던 아이 때처럼 몸이 어눌해지는구나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으니까


곧 겨울이 들이닥칠 텐데

꽁꽁 싸매고

몸성히 잘 지내렴, 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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