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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22. 2022

꼰 대 의  입 맛




오늘은 小雪입니다


엄마는 봄이면 짠지를 채 썰어 집된장 풀고 바지락 듬뿍 넣어 된장찌개를 끓여 내셨는데

그 맛을 못 잊는 막내딸은 시집가서도 엄마를 모셔다 그 찌개를 끓여달라고 졸랐다

아무리 흉내 내도 그 맛을 내지 못하는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었다


어릴 적 장독대 된장 항아리를 열어보면

그 속에 고추 장아찌 들어있고 깻잎, 무짠지와 마늘쫑도 들어있었다

뒤뜰 광에는 수많은 젓갈 항아리가 있었는데

갈치젓 밴댕이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새우젓 명란젓 황석어젓 곤쟁이젓 꼴뚜기젓 어리굴젓 멸치젓 조개젓 등등이 익어가고 있었다

이중에 밴댕이, 황석어젓 초 무침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벽 선반에는 말린 간자미 조기 명태 갈치 망둥어 오징어 양미리 대구 등 건어물이 망태 속에 들어 있었다


나이 들

엄마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장아찌나 젓갈, 건어물이 그리워지고

그 시절 지천이던 그런 엄마표 음식들이 생각난다


엄마의 이 모든 노하우는 '이곡리' 이지개 할매한테 전수받은 비법 들이다

요즘 레시피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손 맛은 오랜 전통과 경험에서 울어 나온 무형의 값진 재산이었다


지금은 바다 수온의 변화, 자원의 고갈로

갈치 한 마리 맘 놓고 사 먹기도 버거운 귀한 생선들이 되었지만

옛날엔 밟고 다닐 만큼 지천이었던 게 꽁치, 밴댕이, 갈치, 명태였다

망둥어는 잘 먹지도 않았다

물텅벙이 아귀는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버렸던 어종이다


이제 엄마의  맛이나 손 맛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없는 전설로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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