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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12. 2022

파     스






오른쪽 어깨에 파스 한 장 붙어있다

회전근 석회화라는 판정을 받고 수술하자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산지 어언 삼십 년이 흘렀다

몸에 칼대는 일이 싫어서 그럭저럭 달래며 살았는데

근력이 딸리니 상태가 안 좋아지는 듯하다

친구는 무릎 연골이 다 닳아서 계단을 잘 오르내리지 못하고 진통제를 달고 산다고 하고

또 다른 친구는 협착증으로  백 미터 이상을 못 걷는다니

모두 고물이 다 되어 버렸다

코로나 때문에 못 간 단체 여행 안건은 이렇게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나는 다행히 하체는 아껴 쓰고 있어서 이번 참에 바람 쐬러 남지나해를 며칠 다녀왔다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듯 시원했고 위로를 받았다


어깨에 파스는 훈장이라 생각한다

늙도록 사용한 신체에 대한  예의 아니겠는가

칼은 대지 않고 지금껏 해왔듯

잘 얼래고 달래 가며 써야겠다


파스는 여태껏 잘 살아낸 훈장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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