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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15. 2022

떠  난   뒤





미라는 찬란했다

황홀하고 신비했다

그리스 여신 같은 그도

오줌 누고 똥도 쌀까

늘 궁금했다

아닐 것 같았다


25년이 흘렀다

미라는 머리도 하얗게 세고

입가에 주름도 많이 늘었다

헵번처럼 곱게 늙었다

어깨, 허리, 손 목도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래도 뒷모습은 꼬부라지지 않고

여전히 예전 자태 그대로다


미라를 떠났을 때

나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그는

내 묘에 여러 번 찾아와 술을 부었다

두물머리가 보이는 산등성이에도 봉분이 점점 늘어나더니

묘지가 산을 뒤덮었다

그러더 어느 날 산등성이가 사라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내일은

미라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요단강을 건너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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