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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17. 2022

베로니카의 남자



남자 친구가 있다

식사도 같이 하고

차도 마시고

산책도 같이 다니고

재래시장 장 보러도

영화나 뮤지컬도 같이 보러 다닌다

서로의 경조사도 살핀다


어느 날 신랑과 바람을 피우는

여자를 만나보고 놀랐다

너무 당연한 관계처럼 그녀는 당당했다

과실을 남편 건사 못한 나한테 되돌리는 당돌한 여자였다

그 여자를 두둔하는 남편에게 실망해서

그날로 집 밖으로 쫓아냈다


그 후로

공황장애, 우울증, 고소공포증, 폐소 공포증 등에 시달리며 살았다

애들은 엄마를 선택하여 생활비를 받으면서 나와 살았다

남편은 그 여자 집으로 들어갔다


논현동 아파트 명의도 난리 쳐서 내 쪽으로 돌려놨다

아파트는 월세 삼백오십에 놓고 나와서

월세 백짜리 빌라에서 산다

아파트 공시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서 모기지론 대상도 안된다


그리고 오래전 독서 모임에서 남자 친구를 만났다

취미가 맞아서 좋은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오고 있다

주로 취미생활을 같이 할 뿐

잠자리는 서로 하지 않는

암묵적인 규율을 서로 잘 지켜왔다


있는 그대로 이성이지만  친구다

혜원은 바람피운 남편 때문에 남자에 대한 인식이나 

신뢰도는 제로이기 때문에 이성 간의 스킨십이나 섹스는 관심이 없다

남자는 그 부분도 부담 없이 잘 이해해 주는 편이다


오십 후반에 만났으니 벌써

십오 년이 지나갔다

그를 만나고 정신적으로 안정이 돼서 불안 증세의  모든 약들을 끊었다

공황, 폐소, 고소, 우울증 등의 것들


남편은 제사 때나 명절 때만 혼자 왔다 간다

집안 분위기는 서먹서먹하다

애들도 나도 그의 불륜을 용서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혼 절차는 밟지 않고 그의 몸만 빠져나갔으므로

법적으로는 아직도 부부다


남자 친구는 연극배우라

연극을 잘한다

혜연은 그의 연기를 너무나 좋아한다

우리는 십오 년 넘게 연극 무대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킨십 없는 무미건조한 연극이다

잤으면 우린 벌써 헤어졌을 것이다


혜연의 세례명은 "베로니카"다

모태 신앙인이다


밖의 온도는 영하 7도

내 체온은 35.7도

눈이 내리고 바람 불어서

체감 온도는 영하 13도

평생을 발버둥 쳐봐도

삶의 온도는 여전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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