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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14. 2022

비  린    소  설






그 소설은 무겁게 출발했다

화재가 나고 병원에서 탈출하고 사람이 죽어 나가고 뭐 이래 재미없게

쓰는 사람의 의식이 너무 뚜렷하면 넋두리가 된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작가는 자신의 오류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하품 한 바가지를 쏟아내고 책뚜껑을 닫아 버렸다

비린내 나는 것들에게 비웃음을 던지고 나는 이불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내 방이 무한한 우주라는 걸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물 비린내 나는 강을 유유히 오르는 잉어 떼를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생은 때도 없이 앙탈 부리는 시기를 거쳐서 흘러간다

상처 입고 좌절하고 새 살이 돋으면서 불혹을 넘어간다

소설이 중반에 이르러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눈밭 계곡으로 떨어져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대한 자연 속으로 스며들고 싶어 질 때 철이 난 걸까

생이 비리 다는 걸 아는 이가 있을까

그런 사람과 종일 이야기하고 싶다

소설 마지막 페이지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덮는다

팔리지 않고 울기만 할 책

억만금을 줘도 못 잡는 게 세월이라든데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갔다

그렇게 병이 깊어졌다ᆢ<rewrite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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