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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23. 2022

死   卽   生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질 것들 천지 다

쌓지 않으면 무너질 것도 없지만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버리기 시작한

무너지는 것이 겁나는 까닭이다


왼쪽 어깨를 버리고

오른쪽 무릎을 버린다

청려장 지팡이도 버린다

그렇게 하나 둘 버리기 시작한다

남은 것들을 보전키 위해서

비우는 것이다


모래성은 아니더라도

허물어지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세월 앞에 그 대비책이란 것도 사실 무능하다

마냥 손 놓고 그저 허물어져 가는 수밖에 없다


결국

죽어야 산다는 진리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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