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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늦은 밤 편의점 밥을 먹어본 적 있습니까
by
시인 화가 김낙필
Dec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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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편의점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있습니까
집밥보다 도시락 반찬이 세배는 많습니다
하얀 쌀밥에 김치볶음, 계란말이, 프랑크 소시지, 런천미트,
양념치킨, 동그랑땡, 떡갈비, 나물볶음, 제육볶음이 들어있습니다
반찬들이 달달하니 제법 입 맛을
사로잡습니다
그런데
먹다 보면 목울대가 가만히 아려 옵니다
내가 왜 여기서 밥을 먹고 있을까
집밥을 먹어야지
왜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있어야 하지
집에 밥이 없나
반찬이 없나
식구가 없나
분명히 뭔가 없기 때문에 편의점 밥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늦은 저녁 편의점에 들른 아이들은 밥은 안 먹습니다
간식류인 라면이나 소시지 혹은
떡볶이를 사서 먹습니다
밥은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는 것을 먹으면 되니까 말이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먹는 사람의 모습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다들
집에 가서 따신 밥을 먹지요
지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따듯한 국과 함께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릴 겁니다
집 밥의 진정한
행복입니다
늦은 밤에 편의점 밥 먹을 일은 없으시지요
당연하시지요
집밥이 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귀퉁이에서 혼자 앉아 먹는
편의점 밥은 목이 메인 답니다
맛은 있지만 그냥 슬퍼요
그래도 배고픈 한 끼를 때우려면
사천
오백 원짜리 백종원표 도시락 하나를 골라
레인지
에 일분 이십 초를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목이 메어도 꾸역꾸역 넘겨야 합니다
그래야 사니까요
늦은
밤 편의점 구석에서 도시락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요
당연히
없는 게 정상입니다
따듯한 찌개와 밥은
나의 집에 있는 거니까요
밥 해주는 집이 다들 있으니까요
혼밥 도시락은 사들고
집에 가서 드시는 게 좋습니다
편의점
구석은 춥고 외롭습니다
집 없는 사람처럼
궁상떨지 말고 집에 가서 드세요
혼자된 내 친구 광식이도
굶어 죽으면 죽었지
편의점 구석 밥은 쪽 팔려서 못 먹겠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편의점 구석에 앉아 궁상을 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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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김치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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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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