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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29. 2023

忘百에 청산리 앞바다에 앉아있네






白壽에

청산리 밤바다에 앉아있네

연안부두에서 하루종일 배를 타고 출렁이며 청산리 나루에 내리면

날이 어두워 그믐 밤에는 재를 못 넘고

주막집에서 하룻밤 묵어갔지

달 밝은 보름이면 엄마 등에 업혀 달빛 따라 밤새 '사구실' 고개를 넘었다

가다 보면 꽃사슴도 만나고 멧돼지도 만나고

다행히 호랑이는 마주치지 않았네


고향길 '이곡리'는 멀고도 멀어

산 넘고 물 건너 하염없이 걷고 걸었네

엄마는 이고 지고 업고 힘도 장사셨네

그렇게 마을에 당도하면

인천댁 왔다고 온 마을이 떠들썩 사람들이 다 모였네

그날밤은 두런두런 밤이 새도록 마을이 술렁거렸네


내 고향 '이곡리' 가는 길은

인천 부두에서 '충남호' 타고  하루 뱃길을 흘러가 해거름 무렵 청산리 포구에 닿았다네

그리고 '이곡리'까지 산 넘고 물 건너 밤새 걸어갔네

지금은 그 뱃길도  끊어지고 청산리 포구만 홀로 남았네

묵어가는 날이면 주막집 주모가 삶아 내주던 속풀이  

바지락 한 양푼이 생각나네


오늘 忘百 나이에

청산리 포구에 홀로 앉아있네

만조 때라 바닷물이 풍성하고 고요해서 마치 커다란 면경 같네

대접에 가득 담긴 물 같아 흘러넘칠 듯 위태롭네

그렇게 한 세월이 가고 이제 남은 이 아무도 없네


이제 청산리엔 나 말고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해서

적막강산이 이네

白壽에 나 홀로 남아 청산리 앞바다에 넋 놓고 앉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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