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염 증

by 시인 화가 김낙필





몸이 뜨겁다

싸우다 지친 세포가 일으키는 반응이다


가슴 먹먹한 글을 쓰고 싶다

왠지 서글퍼지는 글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낯선 거리에서 헤메 다니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동네에 가고 싶다


맛있는 연애를 하고 싶다

늘 하던 연애 말고

맛있는 음식 닮은 사랑을 하고 싶다

늦은 나이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월계수 잎을 넣고

생마늘도 넣고

통후추를 넣고

커피콩 넣고

된장을 풀고

양파 껍질째 우려서

삶아내는 수육처럼 부드러운 인생을 살고 싶다


곳곳에 염증이 고여 있다

청양 고추처럼 매운 삶을

살아서 생긴

상처를 보듬고

오늘도 몸이 몸과 싸운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을 싸움을 열나게 하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