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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Feb 13. 2023

나  홀 로





오늘도 머리를 말리지 못한 채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물론 아침은 우유 한잔으로 때우죠

목적지는 시내에서 한 시간가량 외곽도로를 타고 달려가야 합니다

직장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늘 아침에 서둘러야 합니다

시내를 빠져나가는데만 30분 이상 소비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질주를 합니다

출근 카드를 찍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고 자리에 앉습니다

내일은 비번이지만 한국어 강의가 있는 날이라 쉬지 못하고 수업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곳도 한류붐이 다시 일기 시작해서 한글을 배우려는 수강생들이 점점 더 늘어납니다

교재를 읽고 강의할 문단을 정리하고 숙독합니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녹초가 됩니다

배가 고파서 중간기점 휴게소에 들러 오늘 처음으로 첫끼 식사를 합니다

등심 돈가스와 해물 카레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단골집입니다

천천히 후식으로 말차 한잔을 마시고 애마 '혼다 파일럿'에 올라탑니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면 졸음이 밀려옵니다

너무 참기 힘겨우면 갓길에서 잠깐 눈을 붙일 때도 있습니다

목숨이 소중한데 졸음운전은 위험하니까요

그렇게 하루 일과를 끝내면 저녁 열 시가 훌쩍 넘어갑니다

씻고 자리에 누우면 열두 시 아침 6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박물관 한국관 코너에는 두 사람이 근무합니다

한국을 홍보하는 갖가지 역사물과 홍보용품을 진열하고 소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는 20여 개국의 홍보관이 있지만 한국관의 인기가 베스트 파이브 안에 들어갑니다

박물관과 문화센터를 오가며 열심히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합니다


여행을 좋아합니다

틈나는 시간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자주 갑니다

유럽은 장기간 휴가를 내야 하므로 엄두를 못 내고 아시아 여행을 주로 합니다

개발 도상국들의 역동적인 모습들이 좋습니다

오토바이 물결, 재래시장의 번잡함, 밤 문화의 소란함

이런 풍경들을 좋아합니다


돌싱이다 보

모든 것을 혼자 결단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딸아이의 유학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투잡을 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딸아이는 방학 때 한번 뉴욕에서 날아와 한 달쯤 집에 머물다 갑니다

처음 며칠은 서로 물고 빨다가 다시 서로의 의견 차이로 늘 싸우다가 갑니다

그래도 떠나는 날은 서로 부둥켜안고 사과도 하고 용서도 빌고 울고불고 난리 납니다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와 떨어져 사는 일도 벌써 십 년이 돼옵니다


어제는 마트에서 낯선 남자가 자꾸 따라다녀서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두 번이 아니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맘에 들어서라니 할 수 없이

각서만 받고 훈방 조치에 동의했습니다

주변의 같은 동네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젊은 사람이 사람 잘못 골랐네요

돌싱에 대학생 딸까지 둔 중년 끝에 있는 여자를 스토킹 하다니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삽니다

일과 여행, 시창작 입문, 며칠 전에는 도자기 공방에 등록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몸뚱이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격투기 선수보다 더 치열한 현실이 나는 좋습니다

내게 많은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아프면 절대 안 됩니다

혼자 앓아야 하니까요


여기는 名古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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