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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04. 2023

戀        歌






송광사 뒤뜰 징검다리를 건너며 문뜩 생각했다

이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내려가는  길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천리향 보다 만리향이 더 깊은 것은 멀어서 이다

태평양이 먼 것이 아니라

몸이 먼 것이다

그래도 송광사 뒤뜰은 고즈녘하고 좋았다


순천만을 돌아

송광사를 찾은 것은 우연이었다

불교도가 존경하고 섬기는 불 · 법 · 승을 삼보라 하는데 

불의 통도사, 법의 해인사, 승의 송광사를 삼보 사찰이라 했다


능허교 밑으로 떠 있는

물 그림자를 보며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별 뒤에 사랑이 더 진하다고 했던가


그렇게 우린 돌아오면서 예감했다

그리고 뒤뜰처럼 다만 고요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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