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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06. 2023

이천 십칠 년 이월






가방을 싸고

긴 팔, 짧은 팔, 긴 다리, 짧은 다리 셔츠와 팬츠, 암벽용 신발,

망원경, 인도 모자, 짹 나이프, 로프, 비상 약품

모두 다 준비한다


유리성으로 떠나기 전날

이별을 말하기 전까지 가혹한 형벌을 준비한다

그립다는 말이 지겨워질 즈음

비상구 계단에 비스듬히 걸터앉아 양날의 칼을 간다


가만히 웃는 너를 향하여 커튼을 치고

변명하고 싶지만 인정하기 싫어서 두 서너 걸음씩 뒷걸음질을 친다


오늘은 축제의 날이 아니다

그저 노란 빛깔 몽상의 날

헤어지자는 통보 전에 철벽을 친다

세상 종 치기 전에 종려나무 숲으로 영영 숨어 버리려고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한 실종이다ᆢ<rewrit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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