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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오후
愛 慾 을 버 리 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Mar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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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장강박장애를 갖고
있다
쓰지 않
고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늘 끼고 산다
들일 줄만 알지 버릴 줄을 모른다
몇 해
를 벼르고 미루고 하다가
오늘 결심하고 정리를 단행했다
족히 40년 된 올드보이와
청춘 때 입던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냈다
일 차로 순모 외투, 실크 티셔츠, 마 바지, 가죽
재킷, 점퍼, 양모
털모자, 청바지 등등
역사를 버렸다
병적으로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버리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버리고 나
니 홀가분하다
이 차로 가방, 신발류를 정리해 버리려고 한다
가방 30개, 신발 20개 정도는 정리하려 한다
겨울 것들을 보냈으니
이제
여름옷들도 미련 없이 보내 버려야 한다
안 입고 아껴 두었던
분신 같은 것들이지만 무거운 짐이려니
훌훌 털어 버려야만 한다
몇 해를 벼르고도 버리지 못한 애욕의
껍데기들이여
부디
잘 가라
저기 남지나해 어느 동네 누군가가 입어주면 고맙고
아니면 면포, 공장용 걸레가 되어도 괜찮다
태워져서 연기가
돼도 어쩔 수가 없는 미련의 찌꺼기 들이다
결국 마지막엔
내 몸뚱이만
남을 것 임을
그마저도
태워질 흔적임을
잘 안다
오늘부터 강박장애를 떨치고 남김없이 버려버릴 생각이다
몸뚱이만 남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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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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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가 김낙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나의 감옥
저자
필명 "자작나무숲" / 2002년 한맥ᆞ문예사조 등단 / (개인시집)마법에 걸린 오후/나의 감옥 출간 / 2016년 경기문학상 수상 / (현)인물화 &여행드로잉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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